전세사기 문제는 이제 사회적 재난으로 다뤄야 한다.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여, 전국적으로 피해자가 발생한 만큼 단순사기로 볼 수 없다. 전세사기 문제를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으로 보고, 국가 차원으로 나서서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다방면으로 도와야 한다. 재난지원금이든 관리책임자 부재에 따른 지원이든, 어떤 형태로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물론 과정에서 재발 방지 대책은 당연히 수반되어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숫자가 작년에 1만 명을 넘어섰다. 대전과 대구경북 등 피해자 대책위가 전국적으로 만들어졌고, 경기도에서도 수원과 화성, 부천 등을 중심으로 경기대책위가 만들어졌다. 경기도 갭투자 및 전세가율 현황을 분석해보면, 안양과 화성, 성남과 고양 등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될 모양새다. 단순 ‘사기’ 피해자라 하기에는, 짧은 기간에 너무도 피해자가 많다.

제도적인 허점도 많다. 일부 피해자들이 ‘이 정도면 내가 사기를 쳐도 되겠다’고 할 정도다. 수원 사례로만 보자면, 쪼개기 대출을 통해 건물 전체의 근저당을 알기 어렵게 만들었고, 리베이트를 통해 공인중개사들이 적극적으로 영업하게 만들었다. 깡통전세 건물에 세입자들을 받았고, 받은 보증금을 통해 건물을 사들이거나 새롭게 지어 점차 늘려나갔다. 감정평가사는 건물의 감정가액을 부풀렸고, 이를 통해 최대한 은행대출을 받아냈다. 은행 또한 임대사업자 및 법인의 부실한 상태를 모를 수 없었음에도, 쉽게 대출금을 내주었다. 이런 건물이 수원 정씨 일가 기준으로만 봐도 50채 규모였고, 세대수로만 보면 1,000세대가 넘는다. 단순히 조심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문제는 이런 수법이 전국적이었다는 데 있다.

정부에서는 전세사기 문제를 ‘보이스피싱’과 연결지으며, 개인 간의 문제는 개인들이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허나 개인이 조심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법이나 사기 수법에 대해 잘 알만한 경찰이나 변호사, 기자, 은행원들 중에도 피해자가 나오는 마당에, 일반 시민들이 어떻게 피해갈 수 있단 말인가? 이 문제의 담당 행정기관인 국토부도 전세사기를 당하는 판국에 말이다. 국가는 이들을 방치했고, 은행 또한 규모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또한 국가 전문 자격이지 않은가? 국가공인 자격증을 보유한 이들 모두를 ‘개인’으로 봐야 할지 의문이다. 심지어 이들이 공모했으니, 다수와 개인 간의 문제로 봐야 한다.

현재의 특별법상으로는 모든 책임을 전세사기, 전세재난 피해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모든 절차를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할 뿐더러, 인정받더라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내용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피해자들이 특별법 개정을 외치고 있고, 요구가 일부 반영된 개정안이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여당은 하루속히 개정안을 통과시켜 조금이라도 피해자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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