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등교는 이미 학교 자율로 결정한 것!
등교가 빨라지길 원하는 것은 더 많은 사교육 받길 원하는 것!

2014년 1학기 의정부여중 3학년 사회과를 담당하던 선생님은 사회참여수업을 진행했고, 학생들은 9시 등교를 포함해 여러 가지 정책을 경기도교육청 게시판을 통해 제안했습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9시 등교 추진과 관련해 학교구성원들의 설문조사를 실시토록 했습니다.

당시 의정부여중에서도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학생 70.3%, 학부모 66.5%, 교사 74.5%가 9시 등교에 찬성했습니다. 모든 구성원 3분의 2가 지지한 것입니다.

학생들이 원했고 구성원들이 동의해서 9시 등교를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아쉬워했던 부분이 충분한 수면과 아침식사였습니다.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이 9시 등교입니다.

9시 등교가 실시된 후 학교 구성원 모두가 만족했습니다. 의정부여중에서 근무하는 6년 동안 이에 대한 민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를 다시 되돌리자는 제안 역시 단 1건도 없었습니다.

9시 등교가 정착되고 이제는 당연한 상식처럼 받아들여진 지금의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 9시 등교를 임태희 교육감은 다시 지율적으로 결정하랍니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임태희 교육감은 일찍 등교를 원하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지금도 일찍 등교하고 싶은 학생들은 일찍 학교에 와도 됩니다. 일찍 와서 돌봄교실에 가거나 도서실에서 자유로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모든 전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등교시간을 앞당기도록 하는지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교육입니다. 학교가 빨리 끝나야 학원에 더 빨리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태희 교육감은 서울 학교들은 더 빨리 등교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학생들이 방과후 자유로이 놀고 즐기고 배울 여건이 안 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학교가 빨리 끝나면 학생들이 바로 집으로 가겠습니까? 지금처럼 대부분 학생들은 바로 학원으로 갈 것입니다. 등교가 이른 만큼 학원에 있는 시간만 늘어날 것이고 그것은 사교육비를 늘리는 원인이 될 것입니다.

아마도 명문대 입학에 목을 매는 일부 고등학교에서 먼저 0교시를 부활시킬 것입니다. 지역마다 0교시 등교하는 학교가 생긴다면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에 못 이겨 0교시 등교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입시 경쟁 0교시 부활시대로 회귀하는 것입니다.

임태희 교육감은 0교시 수업 등 이른 등교로 학생들이 아침식사를 못할 경우 아침급식도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그럴 거라면 집에서 충분히 가족과 함께 식사하도록 등교시간을 당기지 말고, 식재료비를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임 교육감의 첫 정책이었던 9시 등교는 도입 초기 학생, 학부모들로부터 전폭적으로 지지 받았습니다. 다른 시도교육청까지 확산되었을 정도로 성과를 인정받은 정책입니다. 그런데 신임 교육감이 첫 정책으로 그것을 되돌리는 것은 치졸한 전임 교육감 흔적 지우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은 충분한 수면시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식사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자율이라는 명분으로 0교시 부활, 사교육 조장으로 학생들을 다시 입시 경쟁 레이스에 밀어 넣으려는 행태를 중단하시기 바랍니다. 국립대 총장 출신답게 입시 경쟁 해소를 위해 대학서열을 해체하고자 하는 교육개혁에 매진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고문은 6일(수) 오전 경기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열린 ‘9시 등교 폐지 정책 철회 촉구 긴급 공동기자회견’에서 김형배 선생님(2014학년도 의정부여중 근무)이 하신 발언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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